사람에게 정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언제 떠나도 괜찮도록 무감각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담긴 깊은 고민과 상처가 느껴집니다. '인생에 남는 건 드물고 다 흩어진다'는 경험에서 비롯된 지혜처럼 들리기도 하고요.
'맞는 말'일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말씀하신 생각은 **'자기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일리 있는 말입니다. 사람에게 너무 깊이 정을 주면 상처받을 위험이 크고, 언젠가 헤어질 때 큰 고통이 따를 수 있으니까요. 특히 과거에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았던 경험이 있다면, 그런 방식으로 자신을 방어하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어차피 흩어질 관계이니 미리 마음을 비우자'는 생각은 관계의 끝에서 오는 아픔을 최소화하려는 합리적인 전략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생각이 전적으로 '맞는 말'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깊이, 그리고 개개인의 가치관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정'을 주지 않는 삶의 양면성
장점: 자기 보호와 유연성
상처로부터의 방어: 말씀하신 것처럼, 정을 주지 않으면 타인의 행동이나 이별로 인한 상처를 덜 받을 수 있습니다.
자유로움: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더 자유롭게 행동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객관성 유지: 감정적으로 휩쓸리지 않고 상황을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단점: 고립감과 공허함
깊은 관계의 부재: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기쁨과 위로는 '정'을 통해 형성되는 깊은 유대감에서 나옵니다. 정을 주지 않으면 이런 깊은 교류를 경험하기 어렵고, 결국 표면적인 관계만 남을 수 있습니다.
고립감: 진정한 유대감이 없는 관계는 결국 외로움과 고립감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과의 연결을 갈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성장의 한계: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우리는 배우고 성장합니다. 정을 주지 않는 태도는 이러한 개인적인 성장의 기회를 제한할 수도 있습니다.
공허함: 결국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 나눌 깊은 관계가 없다면, 삶이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고지식한' 것인가요?
'고지식하다'기보다는 **'조심스럽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조심스러움이 지나치면, 오히려 인간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경험과 행복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연습'이 아니라 '균형'일 수 있습니다
언제 떠나도 괜찮은 나를 만드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씀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그것이 **'무감각해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건강한 정 주기'**와 **'건강한 이별 연습'**일 것입니다.
건강한 정 주기: 모든 사람에게 무한정 정을 주는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있고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연습입니다. 상대방의 한계와 자신의 기대치를 적절히 조절하며 건강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죠.
건강한 이별 연습: 이별의 고통을 무작정 회피하기보다는, 이별의 아픔을 건강하게 수용하고 극복하는 연습입니다. 모든 관계는 언젠가 변하거나 끝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배움을 찾아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죠.
인간관계에서 정을 주고받는 것은 때로는 상처를 동반하지만, 동시에 가장 큰 기쁨과 의미를 가져다주는 경험이기도 합니다. '정을 주지 않는' 것이 일종의 방어 기제라면, 그 방어 기제가 당신의 삶에서 얻을 수 있는 풍요로움을 너무 많이 제한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고 계신 것 자체가 당신이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