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한심하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글쓴이 분은 지금 너무 당연한 감정을 겪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었고, 제 친구들도, 주변 지인들도, 모두가 극도로 힘들어했던 시기가
청소년 때입니다.
왜냐하면, 글쓴이 분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와 주변 어른이 주는 압박감 때문입니다.
글쓴이 분은 지금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지금 글쓴이 분은
“이게 맞는 걸까?” “나는 너무 늦은 걸까?”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 같은 질문을 하시는데
그건 정상적인 혼란입니다.
그런 질문을 하고 있다는 건 글쓴이 분께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고,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려는 마음이 있다는 뜻입니다.
대충 살아오셨다고 하셨는데.... 전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누구도 어릴 때부터 완벽하게 방향을 잡고, 준비된 상태로 사는 건 불가능합니다.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삶을 대충 사는 건 절대 아니에요.
저는 학창 시절에 8-9 등급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하고 싶었던 건 학교를 빠져서 따로 시간을 내 배웠습니다.
제 경우에는 제빵이었어요. 특성화를 못가서 일반고에서 했던 행동들입니다.
(이런 제가 무시무시해보이지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내가 날려버린 건 아닐까…?”
이 생각이 너무 마음 아팠습니다.
하지만 글쓴이 분은 무언가를 아끼고,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글쓴이 분께 써준 시간과 감정,
그걸 기억하고 있다는 건 이미 그 마음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거고요.
그러니 결코 쓰레기가 아닙니다.
책임감 있는 사람이에요.
그 마음은 절대로 가벼운 게 아닙니다.
-
세상은 이상하게도, 어른이 된 후에 시작한 사람들이 더 단단하게 오래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앵무새에 관심이 있었다면, 그건 그냥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이미 글쓴이 분의 일부가 되어 있는 관심사입니다.
그건 사라지지 않고
어떻게든 연결될 것 입니다.
동물을 다루는 직업은 비전이 없는 게 아니라, 접근법이 여러 갈래일 뿐입니다.
직접 만지는 일, 기록하는 일, 교육하는 일, 정책을 만드는 일, 보호소나 NGO 활동…
본인의 관심과 성향에 따라 갈래가 갈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 갈래가 안 보일 뿐이지, 없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정말 힘들 땐,
회피하지 말고 우회하셔도 됩니다.
제가 굳이 학교를 빠지고, 제빵 학원에 다닌 것처럼...
회사는 누구나 다 가는 길이 아니고,
행정학과도, 베이킹도, 미술도, 아무 길도 ‘망한 선택’은 결코 아닙니다.
제 친구는 10년 간 음악을 하다가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행사 사업에 4년 차 매니저가 되었고
본인은 그 어느때보다 행복해합니다.
한 친구는 유명한 대학에 갔으나, 돌연 모든 걸 포기하고 연고도 없는 해외로 나가
전공과 상관없는 타일러가 되어 이민 수속을 밟고 있습니다.
한 친구는 미술을 전공했다가, 사람들과 연결 되고 돕는게 좋아 상담사로 일하고 있어요.
그 누구도 한국 사회가 선호하는 직장들은 아니지만
모두 소중한 제 친구들이고, 앞가림도 잘하는 멋진 어른들이 되었습니다.
반드시 글쓴이 분도 그렇게 될 거에요.
그리고 제가 그런 것처럼 직장에서 만난 손님과 친해져 학창시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고요.
그러니 자책하기보다 조금만 마음을 돌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선택한 것에 후회하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마음 먹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