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분의 글을 읽으면서 감탄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인데 맞춤법도 하나 틀리지 않고 필력이 아주 좋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 놀랍습니다.
저는 19살, 수능을 앞두고 있는 고등학생입니다. 저도 하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었어요. 사람을 데포르메해서 그리는 것이 재밌었고, 애니 전문대에 가고 싶다는 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반대하셨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성적이 꽤 나왔거든요. 그 때문에 저는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을 포기하고, 미술이란 영역 안에서 부모님과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제 삶은 만족스럽다면 만족스럽습니다. 그러나 공부와 실기를 모두 챙기느라 정작 제가 정말 좋아하던 애니메이션 그림은 그리지도 못하고, 여가 생활을 즐길 겨를도 없습니다. 애니메이션 대학을 준비하는 제 친구들을 보면 여전히 부럽고 미련이 남습니다.
작성자분은 어떤 길을 가든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만 읽어도 여느 어른 못지않게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있고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러나 어떤 길을 가도 미련은 남겠지요. 후회 없는 길이란 없습니다. 공부를 포기해도, 혹은 공부를 선택하고 즐거움을 포기해도 후회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 작성자분이 그저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지 않았을 때 하고 싶은 일들이 얼마든지 많으니 어떻게든 길을 찾아내실 것 같습니다. 언젠가 꼭 해야겠다는 일을 발견할지도 모르고요. 물론 공부를 하면 미래에 진로가 결정되었을 때 선택의 폭이 넓어질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지금 공부를 한다고 진로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뭐든 해 보세요. 작성자분이 어머니께 말씀드렸다는 것으로 보았을 때, 꽤 용기 있는 분이시니까요. 뭐든 도전해 보세요. 실패하거나 포기한다고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저처럼 무언가를 포기하고 미련이 남아도 다른 것에서 어느 정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고, 혹은 수없이 포기하고 나서야 발견한 일이 정말로 즐거울 수 있으니까요. 제가 겨우 세 살 많지만 그래도 살면서 느낀 것은, 공부는 부가요소입니다. 하고 싶은 것이 최우선이에요.
앞으로 작성자분이 나아가는 길에 장애물이 있어도 이겨 내고 성장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