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자님, 안녕하세요?
먼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생일 직후 사랑하는 사람에게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받았다는 사실, 그리고 그 이유가 신앙적인 문제라면, 그 충격과 혼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 “좋아하지만 헤어져야 한다”는 말은 마음을 더 깊이 흔들고 아프게 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질문자님께서 지금 겪고 있는 감정은 단순히 이별의 아픔을 넘어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관계가 끊어진 데 대한 혼란, 자존감의 흔들림, 그리고 상대가 속한 교회에 대한 불신까지 뒤섞여 있는 복합적인 감정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일이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는지, 혹시 상대의 말이 맞는 것은 아닌지, 그 교회가 사이비는 아닌지, 나아가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신 듯합니다.
그럼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성경은 ‘결혼하지 않은 남녀의 교제’ 자체를 죄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남자친구가 수련회 이후에 들은 “혼인 전 이성 교제는 죄이기 때문에 헤어져야 한다”는 해석은 성경의 본래 가르침이라기보다는, 보수적이거나 제한적인 신앙 해석에 기반한 주장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성경은 분명히 ‘성적인 순결’과 ‘책임 있는 관계’를 강조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존중하며 진지하게 알아가는 교제 자체를 하나님이 죄라고 단정하셨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다수의 복음주의 교회들은 ‘하나님 안에서 경건하게 교제하라’는 원칙은 강조하지만, “연애 자체는 죄다” 혹은 “그래서 연애하면 천국에 못 간다”는 식으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질문자님의 남자친구가 속한 교회가 혹시 사이비 종교가 아닌지 의심하게 되신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단지 연애를 조심하라는 강조만으로는 사이비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이비 여부를 판단하려면 더 구체적인 정보가 필요합니다. 예컨대 그 교회가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믿는지, 성경을 유일한 진리로 받아들이는지, 교회 지도자를 절대화하거나 개인의 선택(연애, 결혼, 직업 등)을 비정상적으로 통제하는지 등을 함께 살펴보아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번 일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남자친구는 아마도 신앙과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따르고 싶지만 동시에 질문자님을 좋아하는 마음도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 갈등 끝에 “좋아하지만 헤어지자”는 모순적인 말을 꺼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은 그가 나름대로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신앙을 자기 안에서 건강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미성숙함의 반영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미성숙함은 질문자님이 책임지거나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닙니다.
질문자님, 이별은 누구에게나 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별의 원인이 누구의 탓인지 따지는 것보다, 지금의 상처에서 어떻게 회복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상대의 혼란이나 미성숙함 때문에 질문자님까지 스스로를 의심하거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이별의 이유가 ‘하나님 때문’이라는 말은 얼핏 보면 거룩해 보일지 몰라도, 사실은 본인의 선택과 책임을 하나님께 떠넘기는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건강한 신앙은 그런 방식으로 관계를 끊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교회나 신앙 자체를 무조건 나쁘게 보거나 불신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은 상대를 붙잡는 것보다는, 질문자님 자신의 감정과 삶을 먼저 돌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신을 더 사랑하고,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는지를 다시 돌아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별은 끝이 아니라, 더 나은 사랑과 더 온전한 자아를 준비하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얼마나 무겁고 버겁든 간에, 그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며, 결국은 시간과 자기 돌봄 속에서 천천히 회복되어 갈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질문자님이 사랑받을 충분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답변이 조금이나마 질문자님 마음에 위로가 되고, 다음 걸음을 내딛는 데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