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실수는 받아들여야 합니다. 제가 수능 2년 공부하면서 느낀 건데 어차피 못 막아요. 다만 실수가 덜 나오게 할 수는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문제 푸는 습관 고치기입니다. 혹시 문제 다 읽지도 않았는데 내가 아는 조건이 나왔다고 중간에 튀어나가서 펜부터 대셨다면, 그게 실수를 유발하는 겁니다. '아~ 뭔소린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이거 계산하면 나올 것 같은데? 일단 써봐야지' 이런 식의 '우당탕탕 풀이' 가 시간을 잡아먹고 멘탈을 갈가먹어 결국 실수를 유발하는 겁니다. 따라서 문제는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고 풀이를 설계하셔야 실수가 덜 나옵니다. 설계한다는 건 예를 들어
'음 모르는 게 2개인데 부등식 조건이 나왔네? 경계를 해석하는 문제같은데 점근선은 없고, 구간함수니까 구간 끝점 의심점까지 경계겠네. 곡선과 직선의 관계니까 변곡접선까지 고려해야겠다. '뿐이다'라 했으니 여기에 정보 2개가 뭉쳐있겠네. 이거만 수식으로 동치조건 뽑아내면 계산만 하면 되겠다. 구하라는 게 구간이 대칭인 적분이니까 대칭 적분을 쓸 생각도 해야겠네'
이렇게 문제만 읽고 머리속으로 떠올리는 겁니다. 말 그대로 설계하는 거죠. 물론 어려운 문제는 모든 게 설계가 되지는 않을텐데, 그래도 훈련이 되면 풀이의 상당 부분은 설계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루틴 정하기 입니다. 실수는 멘탈이 터져가지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모의고사의 경우 앞부분 2점 3점에서 몇 개 툭툭 걸리다가 멘탈이 터져서 4점 준킬러 킬러 풀이에도 영향을 받은 적이 있으실 겁니다. 루틴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제 루틴을 소개해드리자면 전 보통 모의고사 풀면 평가원 시험은 30분, 사설은 20분 정도 남겼기 때문에 5번이든 7번이든 상관없이 1번부터 30번까지 5초 봤는데 안 보이면 바로 넘기는 식으로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이러면 1회독때 25분 정도 쓰고 문제가 10개 정도 남습니다. 2회독때는 똑같이 풀되 이제는 조금 막혀도 고민하면서 뚫어낼 수 있는 문제는 뚫어냅니다. 이런 식으로 점점 고민하는 시간을 늘려가며 회독을 계속하면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고 멘탈이 초반에 터지는 일도 막을 수 있습니다
세번째는 최대한 깔끔하게 풀기입니다. 첫번째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계산을 하거나 케이스를 나누거나 미지수를 세팅하는 등 시간을 써야할 작업을 하기 전에, 잠깐이라도 더 나은 풀이가 있는지, 계산을 줄일 요소가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와...이걸 다 계산하라고?->아 어차피 지수는 미분해도 그대로니까 날라가겠네?'
이런 식으로요.
70분컷 60분컷이 머리가 슈퍼 초고성능 금대가리 재능충이라서 가능한 게 아니라, 이렇게 출제자 의도대로 최단거리로 푸는 문제 수가 많아서 가능한 겁니다.
2.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모의고사 1컷 나오는 지능이면 머리 문제가 아닙니다. 저도 현역때 평가원 시험 전부다 1컷이었습니다. 바로 위에서 말씀드렷듯 수학 고정 96 100 재능충만 가능한 영역이 아니에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재수때 올바른 방법으로 공부해서 6 9 수능 원점수 100 96 100 나왔습니다. 제가 똑똑해서 그랬을까요? 전혀요. 저도 킬러문제 나오면 남들보다 월등히 잘 풀지도 못했고 실수도 엄청 많이 합니다.
다만 저같은 노력형 96 100은 기출과 수많은 문제에서 누적된 지식, 알고리즘, 경험으로 조지는 겁니다. '아 A나오면 B로 풀어야지' 이게 매우 명확해요. 문제 읽는 동시에 저런 기계적인 반응이 나올 때까지 훈련하면 풀이가 효율적으로 바뀌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풀이양 자체가 줄어들어 실수도 덜 나오고, 실수가 덜 나오니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어서 점수가 안정적으로 나오는 것이죠
추론도 말씀해주셨는데, 전 추론이 노력으로 극복 가능하다고 봅니다. 추론도 추론 문제만 모아서 풀다보면 진짜 방법이 돌고 돕니다.
몇 개 예시를 들자면 구간이 나뉘어있고 오른쪽 구간만 확정됐다면, 확정된 구간에서의 변화량부터 체크한다든지, 부호를 본다든지, + - 무한대의 상황을 본다든지, 개수가 나오면 조건을 가능한 개수의 최대 최소부터 본다든지,
이렇게 추론도 방법이 정해져있습니다. 결국엔 추론도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 요소입니다.
3. 앞의 내용과 이어집니다. 재능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게 결정적이지는 않다, 이게 제 결론입니다. 내신은 몰라도 적어도 수능은 그래요. 저도 상황 복잡하고 따질 거 많은 문제 풀면 머리 안 돌아가고 '와씨... ㅈㄴ헷갈리네? 이게 이거 맞나?' 이러면서 풉니다. 근데,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어도 나머지 문제에서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저는 킬러를 잘 못풀어서 어려운 문제는 10분씩 붙들고 있던 적도 많은데, 대신엔 전 준킬러나 다른 문제에서 시간을 많이 벌어왔습니다. 남들 5분동안 풀 걸 2분 1분안에 풀면 결국엔 시간은 남습니다.
다시 강조드리지만 수학을 잘하는 극소수 재능충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좋아서 모든 문제를 빨리 푸는 게 아닙니다. 노력으로 불필요한 고민, 불필요한 계산과정 등 시간을 잡아먹는 비효율적인 풀이를 교정해서 빨리 푸는 겁니다. 이게 다른 사람이 보면 그냥 '와 쟤는 똑똑해서 저렇게 빨리 푸나 보다' 이렇게 보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