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보다는 당장 일상을 지탱할 작은 버팀목을 만드는 게 먼저예요. 지금 질문자님이 느끼는 힘듦은 자퇴라는 큰 선택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현재 환경 속에서 조금씩 균형을 찾는 과정이 더 필요해요. 혼자 감당하려고 하면 더 무겁게 느껴지니까, 일단은 ‘학교에서 버틸 수 있는 작은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현실적입니다.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인간관계, 학업, 새로운 환경이 한꺼번에 밀려오니까 마음이 불안정해지는 게 당연해요.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고, 내가 소외되는 것 같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 끝없이 되짚는 것도 사실은 적응 과정에서 겪는 자연스러운 심리 반응이에요. 특히 예술을 준비하는 친구들 중에는 감수성이 예민해서 작은 변화에도 크게 흔들리는 경우가 많아요. 이게 질문자님이 약해서라기보다, 지금 시기가 원래 더 흔들릴 수밖에 없는 시기라는 뜻이에요. 자퇴를 하면 당장은 상황이 바뀌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정작 내 안의 불안과 상처는 그대로 남아 있어요. 그래서 다른 환경에 가도 같은 문제로 또 부딪히게 되거든요. 결국 중요한 건 내 마음을 다루는 힘을 조금씩 키우는 거예요.
실행 방법으로는 우선 첫째, 학교에서는 무리 안에서 억지로 끼려고 애쓰지 말고, 한 명이라도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친구를 찾는 데 집중해 보세요. 무리의 분위기 전체에 매달리면 더 지치니까요. 둘째, 진로 준비와 관련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채워 주세요. 미대 준비하는 친구들은 스스로 작품을 만들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요. 학원 과제나 드로잉 루틴을 정해서 “내가 쌓아가는 게 있다”는 감각을 매일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감정이 폭발하거나 눈물이 날 때 “왜 이렇게 약하지?” 하고 자책하지 말고, 그냥 “아, 지금 내 마음이 힘들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 보세요. 이게 쌓이면 자존감이 조금씩 회복돼요. 그리고 혹시 너무 힘들 때는 혼자서만 견디지 말고, 학교 상담실이나 보건실 선생님을 찾아가는 것도 좋아요. 주변 어른들 중에 한 명이라도 내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게 꼭 필요합니다.
앞으로 질문자님이 스스로 점검할 기준은 단순해요. 자퇴 같은 큰 결정을 당장 고민하지 말고, “내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텼는가”를 기준으로 삼아 보세요. 만약 오늘 하루 무사히 등교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성취예요. 오늘부터 바꿀 한 가지는 ‘나는 잘못해서 소외되는 게 아니라, 지금은 누구와도 완벽히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거예요. 이 생각을 붙잡고, 지금 자리에서 천천히 버티면서 내 진로와 성장을 쌓아가는 게 가장 안전하고 현명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