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작가의 소설 '씬짜오, 씬짜오'는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적 관계, 특히 베트남 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이 현재를 살아가는 개인들의 삶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깊이 있게 다루며 사회문화적 맥락을 형성합니다. 주요 사회문화적 맥락은 다음과 같습니다.
베트남 전쟁과 한국의 개입: 소설의 가장 중요한 역사적 배경은 베트남 전쟁입니다. 특히 한국군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면서 발생했던 민간인 학살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소설의 주요 갈등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소설은 이 전쟁이 한국인과 베트남인 모두에게 남긴 깊은 상흔과 트라우마를 조명합니다.
역사적 진실과 마주서는 방식: 소설 속 인물들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서로 다른 기억과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인 등장인물은 한국이 피해국이라는 역사 교육 속에서 베트남 전쟁의 가해자로서의 측면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거나 외면하려 합니다. 반면, 베트남인 등장인물은 전쟁 중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는 등 직접적인 피해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간극은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 현재 개인들의 관계와 소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줍니다. 한국 사회가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의 행위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회적 맥락과도 연결됩니다.
이주와 타자화 경험: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독일은 한국인 가족과 베트남인 가족 모두에게 낯선 이국의 공간입니다. 이들은 독일이라는 제3의 공간에서 서로를 만나 관계를 맺지만, 각자의 고국에서 겪었거나 고국과 관련된 역사적 경험(한국의 분단, 베트남 전쟁 등)과 이주자로서의 삶이 겹쳐지면서 관계의 복잡성이 더해집니다. 이는 이주자들이 겪는 정체성의 문제, 타국에서의 관계 맺기 어려움 등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세대 간 트라우마와 화해의 어려움: 베트남 전쟁이라는 과거의 폭력은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다음 세대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소설 속 '나'(화자)와 베트남인 친구 '투이'는 전쟁 세대가 아니지만, 부모 세대의 경험과 기억으로 인해 관계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는 역사적 트라우마가 어떻게 개인과 가족, 그리고 세대를 넘어 전승되는지, 그리고 과거사 문제 해결과 화해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지를 보여줍니다.
관계의 단절과 회복 가능성: 소설은 한국인 가족과 베트남인 가족 간의 관계가 역사적 진실로 인해 단절되는 과정을 그림과 동시에,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조심스럽게 관계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개인적, 사회적으로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지를 시사합니다. '씬짜오'라는 베트남어 인사가 '안녕하세요'와 '안녕히 가세요'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 것처럼, 관계의 시작과 단절, 그리고 다시 관계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씬짜오, 씬짜오'는 베트남 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한국과 베트남 개인들에게 남긴 상처와 기억, 역사적 진실을 대면하는 방식의 차이가 관계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주라는 환경 속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통해 한국 사회와 베트남 사회, 그리고 두 나라의 관계에 내재된 복잡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성찰하게 하는 소설입니다.